初學 先須立志
초학 선수입지
처음 배우는 이는 먼저 꼭 뜻을 세우되,
必以聖人自期
필이성인자기
반드시 성인군자의 경지에 오르겠다고 스스로 다짐해라.
不可有一毫自小退託之念
불가유일호자소퇴탁지념
여기에는 단 한 터럭의 핑계, 예를 들어 쳐진다면 자신은 성인군자가 되지를 못 한다는 과소평가로 실은 포기하거나, 떠든다면 또 다른 방향을 찾겠다며 실은 도망치거나, 채 되지도 않고서 이것이라며 실은 가칭하는 등의, 생각 같은 것은 없어야 된다.
蓋衆人與聖人 其本性則一也
개중인여성인 기본성즉일야
대개 일반대중이나 성인군자나 그 본성은 매 한가지다.
雖氣質 不能無淸濁粹駁之異
수기질 불능무청탁수박지이
비록 기질이 성인군자처럼 신령스럽게 맑고 순수하고, 일반대중처럼 어리석게 탁하고 조잡스러운 차이가 없지는 않지만,
而苟能眞知實踐 去其舊染而復其性初
이구능진지실천 거기구염이복기성초
그럼에도 정말로 진실을 알고 실행에 옮겨서, 옛 구차하고 비루하게 살아오던 오염을 지우고, 참된 사랑과 미움이라면 목숨도 아깝지 않던 처음의 그 본성을 되찾는다면,
則不增毫末而萬善具足矣 衆人 豈可不以聖人自期乎
즉불증호말이만선구족의 중인 기가불이성인자기호
터럭만큼도 뭘 더하지 않아도, 뭇 선善이 저절로 갖춰지리니, 일반대중이라 하여도 어찌 성인군자의 경지에 오르리라 스스로 다짐하지 않겠는가?
故 孟子道性善
고 맹자도성선
그러므로 맹자께서 사람의 본성은 선하다는걸 피력하심에
而必稱堯舜以實之曰 人皆可以爲堯舜
이필칭요순이실지왈 인개가이위요순
꼭 요임금과 순임금을 실례로 들어 이르시길, 사람은 그 참된 사랑과 미움이라면 목숨도 아깝지 않던 본성만 회복한다면 요임금이나 순임금도 될만하다, 하셨으니
豈欺我哉
기기아재
어찌 나를 속이셨겠는가
當常自奮發曰
당상자분발왈
마땅히 늘 스스로, 이러한 구차하게 살아옴에서 벗어나 성인군자가 되기로 분발하여, 이르길
人性本善 無古今智愚之殊
인성본선 무고금지우지수
「사람의 본성은 원래 참된 사랑과 미움이라면 목숨도 아깝지 않을만큼 착하여, 예나 지금이나 똑똑하고 어리석은 차이가 없거늘,
聖人 何故獨爲聖人 我則何故獨爲衆人耶
성인 하고독위성인 아즉하고독위중인야
성인은 어째서 홀로 그 본성대로 사시어 성인이 되셨으며, 나는 어째서 혼자 그 본성대로 살지 못 해 일반대중에 머무르게 되었나?
良由 志不立 知不明 行不篤耳
양유 지불립 지불명 행부독이
이는 실은 본성을 되찾으려는 뜻이 바로 서지 않고, 본성을 되찾는 길을 밝게 알지 못 하고, 본성을 되찾을 실천이 두텁지 못 함에서 나왔을 뿐이니,
志之立 知之明 行之篤 皆在我耳 豈可他求哉
지지립 지지명 행지독 개재아이 기가타구재
본성을 찾아 구차함을 벗으려는 뜻이 바로 서는 것도, 본성을 찾아 구차함을 벗어나는 길을 밝게 아는 것도, 본성을 찾아 구차함을 벗어날 실천이 두터워지는 것도, 모두 그 본성이 있는 나에게 달렸을 뿐, 어찌 남에게서 구하랴?
顔淵曰 舜何人也 予何人也 有爲者 亦若是
안연왈 순하인야 여하인야 유위자 역야시
안연께서 이르시길, 뛰어난 재주 탓에 목숨의 위기를 넘기고 임금이 되기까지도 긴장을 놓치 못 하셨으나 구주를 통일한 임금이 되신 순임금께서는 어떤 분이고 이러는 나는 또 어떤 사람인가? 본성대로 살려는 바만 있다면 아마 순임금과 같을 것이다, 하셨으니
我亦當以顔之希舜爲法
아역당이안지희순위법
나 또한 마땅히 안연님의 순임금을 바라는 바를 본으로 삼아야 되겠다」고 해야 될 터이다.
人之容貌 不可變醜爲姸 膂力 不可變弱爲强 身體 不可變短爲長
인지용모 불가변추위연 여력 불가변약위강 신체 불가변단위장
사람의 생긴 꼴은 꺼려지는 꼴에서 눈길을 끄는 꼴로 바꿀 수 없고, 사람의 부릴 힘은 풀어주는 힘에서 당겨내는 힘으로 바꿀 수 없고, 사람의 갖춘 몸은 땅딸막한 몸에서 길쭉어진 몸으로 바꿀 수 없으니,
此則已定之分 不可改也
차즉이정지분 불가개야
이런 것들은 이미 태어나면서부터, 하늘이 제각기 나눠서 정한 바라, 고칠 수가 없는 것이다.
惟有心志 則可以變愚爲智 變不肖爲賢
유유심지 즉가이변우위지 변불초위현
오로지 마음의 뜻만은, ‘어리석게 뭉개대는 것’을 ‘슬기롭게 가려내는 것’으로 바꿀 수 있고, ‘아무리 해봐도 미치지 못 하는 바’를 ‘어떻게 되어도 못 이를 수가 없는 바’로 바꿀 수 있으니,
此則心之虛靈 不拘於稟受故也
차즉심지허령 불구어품수고야
이는 바로 마음의 잡히지는 않지만 드리워지는 바가, 하늘에 여쭈어 받은 바에 얽매이지가 않기 때문이다
莫美於智 莫貴於賢
막미어지 막귀어현
그 어떠한 눈길을 끄는 것도 ‘슬기롭게 가려내는 것’만큼 아름답지 않고, 그 아무리 길쭉하게 당겨내는 바도 ‘어떻게 되어도 못 이를 수가 없는 바’만큼 빛내지 않으니,
何苦而不爲賢智 以虧損天所賦之本性乎
하고이불위현지 이훼손천소부지본성호
무엇이 괴로워, ‘슬기로움’과 ‘못 이를 수가 없음’에 이르려 하지를 아니하여, 하늘이 주신, 삶의 그 어떠한 것보다 값진 본성을 훼손하는가?
人存此志 堅固不退 則庶幾乎道矣
인존차지 견고불퇴 즉서기호도의
사람이 이 뜻을 마음 속에 꼭 간직하고, 굳게 이 뜻을 지켜 물러나지 않는다면, 도道에 거의 가까울 것이다.
凡人 自謂立志 而 不卽用功 遲回等待 者
범인 자위입지 이 불즉용공 지회등대 자
무릇 사람이 말로는 스스로 뜻을 세웠다 일컬어도, 곧바로 본성을 되찾는 길에 나서려, 문을 박차는 힘을 쓰지 않고, 머뭇거리며 문에 맴돌면서, 뭔갈 기다리는 것은
名爲立志 而 實無向學之誠故也
명위입지 이 무실향학지성고야
글로만 이르러서 뜻을 세웠다 할 뿐, 실은 본성을 되찾으러 배우는 쪽으로, 정성을 들이지 않기 때문이라
苟使吾志 誠在於學 則爲仁由己
구사오지 성재어학 즉위아유기
참으로 제 뜻으로 하여금, 본성을 되찾는 배움에 정성을 들이게 하면, 바로 사람답게 됨이 저 스스로에서 나와서
欲之則至 何求於人 何待於後哉
욕지즉지 하구어인 하대어후재
문을 나서고자 하면, 곧바로 가려는 바에 이를 터이니, 어찌 사람다운 본성대로 살아감을, 남에게서 구하고, 뒷날을 기다릴 터인가?
所貴乎立志者 卽下工夫 猶恐不及 念念不退故也
소귀호입지자 즉하공부 유공불급 념념불퇴고야
뜻을 세우는 것을 이처럼 빛낸 것은, 바로 구차함에서 본성으로 가려는 공부에 착수하여, 실제로 공부함에 있어서, 오히려 공부를 하는데도 공부가 되지 않을까 두려워하여, 물러나지 않을 것을 두고 두고 생각하게 함이라.
如或志不誠篤 因循度日
여혹지불성독 인순도일
혹시 뜻이 정성스럽고 두텁지 못하면, 나날이 지나가도 그저 그 자리에 맴돌 뿐이니,
則窮年沒世 豈有所成就哉
즉궁년몰세 기유소성취재
그러면 수십년을 지내어 세상에서 마쳐진다 해도, 어찌 본성대로 살아 성취하는 바가 있겠는가?
人雖有志於學
인수유지어학
사람이 비록 배움에 뜻이 있어도
而不能勇往直前 以有所成就者
이불능용왕직전 이유소성취자
용감하게 남들과 다르면 어쩌나 하는 마음을 떨치고, 곧바로 진실 앞으로 나아가 성취 하지를 못 하는 건,
舊習 有以沮敗之也
구습 유이저패지야
몸에 배어버린 옛 습관들이 진실을 마주하려는 용기를 가로막고, 남들과 다를 바 없는 속된 삶으로 떨구기 때문이다.
舊習之目 條列如左
구습지목 조열여좌
몸에 배어버린 옛 습관의 조목을 다음과 같이 열거하니
若非勵志痛絶 則終無爲學之地矣
약비려지통절 즉종무위학지지의
만약 뜻한대로 부지런히 힘써, 옛 버릇을 뼈저리게 끊지 않는다면, 끝내 학문을 하는 바탕이 없은 채 마치리라.
其一 惰其心志 放其儀形
기일 타기심지 방기의형
그 첫째는, 그 마음의 뜻부터 너저분하여 그 몸가짐조차 아무렇게나 내비두는 것으로, 이런 마음가짐과 몸가짐으로는 성인군자의 경지에 오르지 못한다.
只思暇逸 深厭拘束
지사가일 심려구속
이런 버릇으로는, 성인군자의 경지에 오르려 부지런히 힘쓰기는 커녕 언제 한가하게 틈을 벌어서 쉴려는 생각만 하며, 성인군자의 경지에 오르게 무거히 가르쳐도 이를 자신의 오만방종에 대한 구속으로 여겨 매우 싫어한다.
其二 常思動作 不能守靜
기이 상사동작 불능수정
그 둘째는, 늘 어디론가 가서 일을 도모하는 생각에 빠져 고요함을 지키지 못 하는 것이니, 이렇게 남들이 모여서 하는 일에 한 눈이 팔려 자신의 시간을 갖지 못 하면, 성인군자의 경지는 멀어지기만 한다.
紛紜出入 打話度日
분운출입 타화도일
이런 버릇으로는, 성인군자의 경지에 오르기 위해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걸 참지 못 하고 늘 분주하게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데 드나들며, 성인군자의 경지에 오르기 위해 말을 아끼는걸 참지 못 하고 쓸데 없는 말만 떠들다 시간을 허비한다.
其三 喜同惡異 汨於流俗
기삼 희동오이 골어유속
그 셋째는, 제 줏대도 없이 어떻게든 남들과 같게 되기만을 좋아하고 남들과 다르게 되기는 너무 싫어 해서, 유행하는 속된 대중 문화에 빠져 헤어 나지를 못 하는 것이니, 실은 대중 문화 탓이 아니라 제 탓에 성인군자의 경지는 머릿 속에 꿈만 꾸며 잠꼬대 하는데에 그친다.
稍欲修飭 恐乖於衆
초욕수칙 공괴어중
이런 버릇으로는, 조금씩 몸과 마음을 닦고 삼가보려 하지만, 결국에는 여러 사람과 멀어져 혼자가 될까 두려워 해버리는 탓에, 그 조금씩이나마 했던 공부마저 물거품이 되어버린다.
其四 好以文辭 取譽於時
기사 호이문사 취예어시
그 넷째는, 도행道行의 실천이 아니라 문사文辭의 실력으로, 시세時世에 명예를 얻으려 하는 것이니, 도행道行이란 뿌리가 잘 자리 잡지 못 하면 문사文辭란 꽃과 열매가 보기에는 아름답다 해도, 사실 그 실리로서 꿀과 달달함은 빈약하기 마련이니, 본말이 전도 되었는데, 어찌 감히 성인군자의 경지를 도모하겠는가?
剽竊經傳 以飾浮藻
표절경전 이식부조
이런 버릇으로는, 경전을 따라 도행道行을 답습하는 것조차 고사하고, 경전의 글귀를 제 입맛대로 골라다 본의와는 달리 그 문사文辭를 꾸며 만들어 세상에 내보일 뿐이라, 실은 도행道行으로 보자면 한낱 부평초와 다를 바 없어, 그 진실됨이 터럭만큼도 느껴지지 않는 것이다.
其五 工於筆札 業於琴酒
기오 공어필찰 업어금주
그 다섯째는, 도행道行을 가칭하여 그럴듯한 필설을 형용하는데 노력을 하고, 도행道行을 가장하여 탈속한듯이 제 멋대로 음주가무에 시간을 쓰는 것이니, 아무리 잘 쳐줘도 길을 잘못 들어 시간과 노력을 허비하는 자가 어찌 성인군자의 정도正道를 걷겠다고 보겠는가?
優游卒歲 自謂淸致
우유졸세 자위청치
이런 버릇으로는, 진실이 무엇인지도 모른채 그 겉만 핥으며, 다 보인다는 듯이 놀이 삼아 다니며, 다 안다는 듯이 세월을 지내고서는, 스스로 일컫기를 맑음에 치致했다는데 그치는 것이다.
其六 好聚閒人 圍棋局戲
기육 호취한인 위기국희
그 여섯째는, 일을 하고도 시간에 여유가 있는 이를 모아서, 바둑이나 장기 같은 놀잇감으로, 어떻게 하면 좀 더 남을 쉽고 재미 있게 이겨볼런지 겨루는 것에, 아까운 시간을 쓰는 걸 즐기는 것으로, 놀잇감에 진정성이 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어찌 성인군자가 우주천지와 자연인간이 아닌 놀잇감에 진정성을 갖겠는가? 진정으로 성인군자가 되고자 한다면, 놀잇감은 잠시 즐기면 그만이다.
飽食終日 只資爭競
포식종일 지자쟁경
이런 버릇으로는, 진실로는 돼지마냥 배 터지게 먹는 것으로 하루를 마치는 것이니, 그저 남들과 다투고 겨루는데 힘써볼 뿐이다.
其七 歆羨富貴 厭薄貧賤
기칠 흠선부귀 염박빈천
그 일곱째는, 남의 튼실하고도 고귀함에 성인군자가 되려는 마음가짐을 잊고 마냥 부러워하고, 남의 빈약하고도 천박함에 성인군자가 되려던 몸가짐을 잃고 마냥 싫어함이니, 진실의 첩경에서 성인군자가 되자던 다짐이 사라진다면, 십년 공부가 모두 헛짓이 된다.
惡衣惡食 深以爲恥
오의오식 심이위치
이런 버릇으로는, 진실로는 여태껏 몸가짐에 입고 왔던 옷이 비루하게 느껴져 싫어하고, 여태껏 몸부림에 먹고 살던 밥이 구차하게 느껴져 싫어하여, 진정으로 깊이 부끄러워 하는 것이니, 거의 막바지에 이르러 진실에 못 미치고, 실은 마경魔境으로 빠지는 것이다.
其八 嗜慾無節 不能斷制
기팔 노욕무절 불능단제
그 여덟째는, 진실이 주는 즐거움에 빠져, 기쁘게 욕심냄이 적당히 절제하는 선 없이, 적절히 끊어 다스리지 못 하는 것이니, 비록 그 진정성에 있어 어떠한 의심의 여지도 없으나, 어찌 성인군자가 되려는 학인이, 진실됨부터 참된 공부를 시작한다는 이치를 잊겠는가?
貨利聲色 其味如蔗
화리성색 기미여자
이런 버릇으로는, 진실을 사술邪術로 부려, 재화와 이득, 성악과 여색을 쉽사리 타내서, 그 맛을 달콤한 사탕처럼 즐기는 것일 뿐이니, 어찌 성인군자가 되려는 학인이, 그러한 딸려오는 것에 딸려가겠으며 또한 어찌 그 적절함을 잊겠는가?
習之害心者大槪如斯 其餘 難以悉擧
습지해심자대개여사 기여 난이실거
옛 버릇에서 진실을 접하려는 마음을 해치는 것은 대개 이와 같으나, 그 나머지도 무수하여 모두 이루 들어주기가 어렵다.
此習 使人志不堅固 行不篤實
차습 사인지불견고 행부독실
이러한 옛 버릇은, 진실에 접하는 길을 걷는 사람의 뜻을 견고하지 못 하게 하여, 그 험난한 길에서 뜻이 흔들리게 하고, 진실에 접하는 길을 걷는 사람이 스스로 진실되게 하는 일을 독실하지 못 하게 하여, 그 험난한 길에서 일이 허물어지게 하니,
今日所爲 明日難改 朝悔其行 暮已復然
금일소위 명일난개 조회기행 모이복연
오늘 어찌 해보았다 쳐도, 내일 다시금 고칠 것을 더욱 어렵게 하고, 해가 뜨는 즈음에는 그러는게 아니었는데 생각한다 쳐도, 또 해가 지는 즈음에는 또 해보게 할 따름이라
必須大奮勇猛之志
필수대분용맹지지
이대로는 곤경 속에 불행해질 뿐이란 것을 자각하여, 반드시 더는 이대로는 안 된다는 용맹한 뜻을 크게 떨쳐내어,
如將一刀 快斷根株 淨洗心地 無毫髮餘脈
여장일도 쾌단근주 정세심지 무호발여맥
대장부의 한 자루 칼처럼 그 뜻을 날카롭고 세차게 뽑아내, 옛 버릇의 뿌리와 그루를 단칼에 잘라내고, 배우려는 마음의 토대를 깨끗이 하여, 터럭만큼도 옛 버릇의 남은 줄기도 없게 해야,
而時時每加猛省之功 使此心無一點舊染之汚然後 
可以論進學之工夫矣
이시시매가맹성지공 사차심무일점구염지오연후 
가이논진학지공부의
때가 되는 대로 매번 용맹하게 자신을 성찰하는 공력을 더하여, 이 진실되려는 마음에 한 점의 옛 버릇에 물들어 더럽혀진게 없게 한 뒤에, 이른바 학문에 나아가는 공부를 논할만 하다.
學者必 誠心向道 不以世俗雜事 亂其志 然後 爲學有基址
학자필 성심향도 불이세속잡사 난기지 연후 위학유기지
배우는 자는 모름지기 길을 걷겠다고 진심되어, 세속의 잡된 일로 그 뜻이 어지럽혀지지 않은 뒤에, 배울만한 발판이 마련된다.
故 夫子曰 主忠信
고 부자왈 주충신
따라서 공부자께서 이르시길, ‘진실을 향한 곧은 마음’과 ‘진리를 있는 그대로 믿음’에 주된 자리를 해야 된다, 하셨으니
朱子釋之曰 人不忠信 事皆無實 爲惡則易 爲善則難 故 必以是爲主焉
주자석지왈 인불충신 사개무실 위악즉이 위선즉난 고 필이시위주언
주자께서 이를 풀어주며 이르시길, 사람이 ‘진실에 곧은 마음’과 ‘진리를 그대로 믿음’이 없이는, 그 어떠한 일을 하여도 모두 이렇다 할만한 결실이 없을 것이니, 못된 짓을 하기가 쉬워지고, 잘된 일을 하기는 어렵게 된다. 그러니 반드시 이로써 주된 자리를 잡아야 된다, 하셨다.
必以忠信爲主 而 勇下工夫 然後 能有所成就
필이충신위주 이 용하공부 연후 능유소성취
그러니 반드시 ‘진실을 향해 곧은 마음’을 갖고, ‘진리를 그 있는 그대로 믿고’ 나서, 용감하게 공부에 착수하고 나서야, 성취하는 바가 있을 것이다.
黃勉齋 所謂眞實心地 刻苦工夫
황면재 소위진실심지 각고공부
황면재가, 이른바 진실되게 마음의 발판을 마련하고, 진실을 각골난망하여 어떠한 고초에도 진실되게 공부를 하라, 하였으니
兩言 盡之矣
양언 진지의
이 두 얘기로 다한 것이다.
常須夙興夜寐
상수숙흥야매
늘 모름지기 새벽 어슴푸레 맑은 일찍 일어나고, 밤 깊이 짙게 어둠이 내린 늦게 잠에 들며,
衣冠必正
의관필정
옷과 모자는, 반드시 너저분하지 않을 것을 흐트러짐 없이 입어, 바르게 해야 되며,
容色必肅
용색필숙
낯빛은, 반드시 남에게 잘 보이기 위한 허영보다는 나 자신의 진심을 담아, 깊숙히 해야 된다.
拱手危坐
공수위좌
웃어른을 뵐 때는, 두 손을 모아 윗몸이 어른께 공손히 모아지게 하고, 무릎을 꿇어 앉아 아랫몸이 어른께 엄중히 앉혀지게 하고,
行步安詳
행보안상
밖으로 나설 때는, 걸음걸이에 큰 걱정이 없어 보이게 편안하게 갖되, 작은 터럭까지 살펴 보이게 상세하게 갖고,
言語愼重
언어신중
말과 얘기는 진실된 마음으로 무게를 담아야 된다.
一動一靜 不可輕忽苟且放過
일동일정 불가경홀구차방과
이로써 하나의 움직임조차 또한 하나의 가만히 있음조차, 가볍거나 소홀히 하여, 진실로는 구차하게 나오거나 과오를 저지르는 것이 되어서는 안 된다.
收斂身心 莫切於九容
수렴심신 막절어구용
자칫 아무렇게나 부리게 되기 쉬운 몸과 마음을, 진실되게 거두어들이는데는, 아홉 가지 꼴만큼 절실한게 없고
進學益智 莫切於九思
진학익지 막절어구사
그럼에도 여전히 미진한데가 있어, 배움의 진도를 나가고 아는 바를 늘려가는데는, 아홉 가지 생각만큼 절실한게 없다.
所謂九容者
소위구용자
이른 바 아홉 가지 꼴은
足容重
족용중
발걸음 하나 하나 무게를 실어 밟아가며
不輕擧也 若趨于尊長之前 則不可拘此
불경거야 약추우존장지전 즉불가구차가벼이 발을 놀리지 않는 것이나, 어른 앞에서 서두를 적에는, 이에 매이지 않는다.
手容恭
수용공
손짓 하나 하나 웃어른 모시듯 내저으며
手無慢弛 無事則當端拱 不妄動
수무만치 무사즉당단공 불망동손을 거칠게 휘젓지 않음이니, 일이 없다면 마땅히 작게 잘 모아서, 본분을 까먹어버리는 짓을 하지 않는다.
目容端
목용단
눈짓 하나 하나 작되 잘 지어주며
定其眼睫 視瞻當正 不可流眄邪睇
정기안첩 시첨당정 불가류면사제눈동자를 지긋하게 해서, 바라봄을 마땅히 바르게 하고, 힐끗힐끗 흘기어보거나 살짝살짝 훔치어보지 않는다.
口容止
구용지
입모양은 하나 하나 그칠데서 그쳐주며
非言語飮食之時 則口常不動
비언어음식지시 즉구상부동말할 때나 먹을 때가 아니면, 입은 늘 움직이지 않는다.
聲容靜
성용정
목소리는 하나 하나 나긋하되 지긋하며
當整攝形氣 不可出噦咳等雜聲
당정섭형기 불가출얼해등잡성마땅히 몸가짐의 꼴과 몸안의 흐름을 가다듬고 다스려, 딸꾹질이나 기침소리 같은 잡된 소리가 나와서는 안 된다.
頭容直
두용직
머리는 마주하는 하나 하나에 곧으며
當正頭直身 不可傾回偏倚
당정두직신 불가경회편의마땅히 머리를 바르게 하고 몸을 곧게 하며, 주체 없이 기울이거나, 주체 없이 도리질 하거나, 주체 없이 치우치거나, 주체 없이 기대려는 듯 해서는 안 된다.
氣容肅
기용숙
숨소리와 그와 같이 나는 소리는 하나 하나 깊숙하고
當調和鼻息 不可使有聲氣
당조화비식 블가사유성기마땅히 코로 쉬는 숨을 고르게 하여, 소리가 나는 기색이 있게 해서는 안 된다.
立容德
입용덕
서있음은 마주하는 하나 하나에 너그러이 알아보며
中立不倚 儼然有德之氣像
중립불의 엄연유덕지기상올곧게 서고 어딘가에 기대려 하지 않으며, ‘곧바르게 너그러이 알아보는 사람다운’ 기상을 지녀야 된다.
色容莊
색용장
낯빛은 마주하는 하나 하나에 속으로 굳세어야 된다.
顔色整齊 無怠慢之氣
안색정제 무태만지기얼굴빛을 가다듬어 가지런히 하는 것이니, 게으르거나 거칠어 보이는 기색이 없어야 된다.
所謂九思者
소위구사자
이른 바 아홉 가지 생각은
視思明
시사명
보는게 무엇인지 밝게 생각하고
視無所蔽則明無不見
시무소폐즉명무불견보는 것에 다른 생각이나 물건이 끼지 않으면, 밝게 보지 못할 것이 없다.
聽思聰
청사총
듣는게 무엇인지 똑똑히 생각하고
聽無所壅則聰無不聞
청무소옹즉총무불문듣는 것에 다른 생각이나 물건이 막지 않으면, 똑똑히 듣지 못할 것이 없다.
色思溫
색사온
얼굴빛은 어떻게 따스할지 생각하고
容色和舒 無忿厲之氣
용색화서 무분여지기낯빛은 따뜻하게 내리쬐어, ‘분통 등을 참거나’ ‘거만 등을 내비치는’ 기색은 없어야 된다.
貌思恭
모사공
겉으로 보이는 바를 어떤 모시는 바로서 할지 생각하고
一身儀形 無不端莊
일신의형 무불단장한 몸에 올바른 꼴을 가져, ‘작지만 잘 되어’ ‘속으로 굳세지’, 못 할 것이 없게 한다.
言思忠
언사충
말 하기에는 어떤 진실을 향한 마음을 담을지 생각하고
一言之發 無不忠信
일언지발 무불충신하나의 말을 꺼냄에도, ‘진실을 향한 마음’과 ‘진리를 그대로 믿음’이, 담기지 못 할 것이 없게 한다.
事思敬
사사경
일을 할 때는 어떻게 웃어른께 들은 바를 따를지 생각하고
一事之作 無不敬愼
일사지작 무불경신하나의 일을 끝냄에도, ‘웃어른께 들은 바를 따르는 것’과 ‘진실되게 하는 마음’이, 담기지 못 할 것이 없게 한다.
疑思問
의사문
이런 일이 있나 싶어 맡은 바에 의심이 들 때는, 웃어른께 어떻게 질문할지 생각하고
有疑于心 必就先覺審問 不知不措
유의우심 필취선각심문 부지부조의심이 마음 속에 있으면, 반드시 먼저 깨우친 분에게 나아가, 자세히 물어서, 모르는 것은 그냥 내버려두지 않는다.
忿思難
분사난
분통이 터져 참아야 될 때는, 앞으로 닥쳐올 어려움이 어떤 어려움에 무슨 어려움일지 생각하고
有忿必懲 以理自勝
유분필징 이리자승분통이 터져 참아야 되면, 반드시 닥쳐올 어려움을 생각하여, 어리석은 마음을 매우 쳐서, 이치로서 자신을 이겨야 된다.
見得思義
견득사의
배움 등으로 얻은 바가 있어 견해가 생기면, 무엇이 옳은지 생각해라.
臨財必明義利之辨 合義然後取之
임재필명의리지변 합의연후취지자신의 것으로서 부릴만한 재물에 마주하면, 무엇이 옳은 것이고 무엇이 쓰일 것인지 밝게 가려, 마땅히 옳다 싶은 뒤에 취한다.
常以九容九思 存於心而檢其身 不可頃刻放捨
상이구용구사 존어심이검기신 불가경각방사
늘 아홉 가지 꼴과 아홉 가지 생각으로, 마음을 보존하고, 몸을 검사하여, 잠깐이라도 몸과 마음을 놓아버리지 말 것이니,
且書諸座隅 時時寓目
차서제좌우 시시우목
또 이를 앉는 자리 구석에 써 붙이고, 시간이 될 때마다 두고 두고 봐야 된다.
非禮勿視 非禮勿聽 非禮勿言 非禮勿動四者 修身之要也
비례물시 비례물청 비례물언 비례물동사자 수신지요야
옳게 하는게 아니면 쳐다봐주지도 않고, 옳게 하는게 아니면 들어봐주지도 않고, 옳게 하는게 아니면 말해봐주지도 않고, 옳게 하는게 아니면 움직여주지도 않는, 이 네가지는 몸을 갈고 닦는 요점이다.
禮與非禮 初學 難辨
예여비례 초학 난변
그러나 현실 상에서, 옳게 하는 것과 옳게 하지 않는 것은 자유도가 높아, 처음 배우는 사람이 가려내기는 어렵다.
必須窮理而明之 但於已知處 力行之 則思過半矣
필수궁리이명지 단어이지처 역행지 즉사과반의
꼭 옳게 한다면 어떻게 될지, 이치를 깊이 생각하여 하려는 바를 밝힌 다음에, 단지 이미 아는 바에서 힘껏 해낸다면, 생각한게 반은 될 것이다.
爲學 在於日用行事之間
위학 재어일용행사지간
배움이란 ‘날마다 사람이나 물건을 알맞게 씀’과, ‘마땅히 할 일을 하러 다니는’ 사이 사이에 있으니
若於平居 居處恭 執事敬 與人忠 則是名爲學
약어평거 거처공 집사경 여인충 즉시명위학
평상시 같으면, 집에서는 웃어른께 공손히 대하고, 일에서는 웃어른께 들은 것을 따르며, 사람과는 진실되게 대하는 것이니, 이것을 이름 하여 배움이라 하는 것이다.
讀書者 欲明此理而已
독서자 욕명차리이이
책을 읽는 것은 이러한 이치를 더욱 밝히고자 할 뿐이다.
衣服 不可華侈 禦寒而已
의복 불가화치 어한이이
옷차림은 화려하게 치장하지 말고, 본래의 용도인 버티기 어려운 추위를 막는데, 공들이면 될 뿐이오
飮食 不可甘美 救飢而已
음식 불가감미 구기이이
먹거리는 감미롭게 진미하지 말고, 본래의 용도인 참기 어려운 굶주림을 면하는데, 공들이면 될 뿐이오
居處 不可安泰 不病而已
거처 불가안태 불병이이
사는 곳은 편안하고 커다랗게 짓지 말고, 본래의 용도인 살기에 힘들고 버거운 병듦을 낫게 하는데, 공들이면 될 뿐이다.
惟是 學問之功, 心術之正, 威儀之則
유시 학문지공 심술지정 위의지칙
오직 이러한 ‘사람이나 물건의 본래의 용도’를 배워서 진실되게 공들임과, 이렇듯 ‘사람이나 물건이 본래의 용도’에 맞도록 진실되게 마음씀과, ‘자연이나 인간이 본래의 용도’에 벗어나지 않도록 진실되게 옳은 몸가짐에,
則日勉勉而不可自足也
즉일면면이불가자족야
날이면 날마다 아무리 부지런히 힘쓰고 힘써도, 이쯤이면 되었다고 스스로 만족해버리면 안 된다.
克己工夫最切於日用
극기공부최절어일용
부분적 지식만을 가진 자신을 이겨내는 것이, 일상의 사람과 물건을 씀에 있어, 가장 절실하니,
所謂己者 吾心所好 不合天理之謂也
소위기자 오심소호 불합천리지위야
이른바 부분적 지식만을 가진 자신이란, 나의 마음이 사실 좋아하는 것이, 저 하늘의 이치에 맞지 않는 것을 이른다.
必須檢察吾心 好色乎 好利乎
필수검찰오심 호색호 호리호
반드시 내 마음이, 어떤 여성형을 어떻게 좋아하는지, 어떤 쓸만한걸 어떻게 좋아하는지,
好名譽乎 好仕宦乎
호명예호 호사환호
어떤 이름나는걸 어떻게 좋아하는지, 어떤 사람관리를 어떻게 좋아하는지,
好安逸乎 好宴樂乎
호안일호 호연락호
어떤 편안해지는걸 어떻게 좋아하는지, 어떤 즐거워지는걸 어떻게 좋아하는지,
好珍玩乎
호진완호
어떤 드문 놀잇감을 어떻게 좋아하는지, 검사하여 살펴서,
凡百所好 若不合理
범백소호 약불합리
여러 사실 좋아하는 바가, 이치에 맞지 않는 것 같다면,
則一切痛斷 不留苗脈 然後
즉일절통단 불류묘맥 연후
뼈저리게 하나같이 끊어내어 잘라버려, 잔뿌리 따위도 남기지 않은 다음에,
吾心所好 始在於義理
오심소호 시재리의리
내 마음이 사실 좋아하는 바가, 비로소 옳은 이치에 있게 되어,
而無己可克矣
이무기가극의
이겨야만 되는, 부분적 지식만을 가진 자신은 없을 것이다.
多言多慮最害心術
다언다려최해심술
쓸데 없이 많은 말과 생각은, 으레 ‘어떻게 겉치레로 한건 올려볼까’ 하는데서 나오니, 편안하되 정곡을 찔러서, ‘속과 겉을 두루 잡을’ 마음씀에 있어서는, 가장 해롭다.
無事則當靜坐存心
무사즉당정좌존심
일이 없으면, 마땅히 조용히 앉아 마음을 가라앉혀 둘 것이오,
接人則當擇言簡重
접인즉당택언간중
사람을 접하면, 마땅히 말을 가려 간단하되 무게가 있게 정곡을 짚을 것이며,
時然後言則言不得不簡
시연후언즉언부득불간
때에 맞게 하여 말하면, 말이 간단하지 않을 수 없으니,
言簡者近道
언간자근도
말이 간단한 자는 도(道)에 가깝다.
非先王之法服 不敢服
비선왕지법복 불감복
선왕께서 그 혜안으로, ‘진실 되지 않은 허영’와 ‘진실 되지 못한 구차함’을 가려내어, 지으라 하신 법복이 아니면 감히 입지 아니하고,
非先王之法言 不敢道
비선왕지법언 불감도
선왕께서 그 혜안으로, ‘진실 되지 않은 허영’와 ‘진실 되지 못한 구차함’을 가려내어, 지으라 하신 말씀이 아니면 감히 따라 하지 아니하고
非先王之德行 不敢行
비선왕지덕행 불감행
선왕께서 그 혜안으로, ‘진실 되지 않은 허영’와 ‘진실 되지 못한 구차함’을 가려내어, 행하여 보이신 덕이 아니면 감히 따라 다니지 아니하니
此當終身服膺者也
차당종신복응자야
이는 마땅히 몸이 다할 때까지 가슴 속에 간직해야 된다.
爲學者一味向道
위하자일미향도
배우고자 하는 자는 도(道)를 향해서 생활할지어니
不可爲外物所勝
불가위외물소승
저도 모르게 바깥에 마음을 빼앗겨, 온통 바깥을 생각하는데 빠져서, 바깥에 져버리면 아니 되며,
外物之不正者
외물지부정자
바깥의, 저도 모르게 들떠서 남의 얘기를 아니 듣는 것과 같이, 바르지 못 한 게,
當一切不留於心
당일절불류어심
마땅히 일절, 마음에 어떠한 형태로도, 남아서는 아니 된다.
鄕人會處
향인회처
마을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서
若設博奕樗蒲等戲
약설박혁저포등희
장기나 바둑, 저포 같은 놀이를 벌였거든
則當不寓目 逡巡引退
즉당불우목 준순인퇴
지금 무엇이 중요한지 되새겨, 마땅히 눈길도 주지 않고, 뒷걸음질치듯 물러날 것이오
若遇倡妓作歌舞
약우창기작가무
광대나 기생이 벌이는 노래나 춤을 만났거든
則必須避去
즉필수피거
지금 무엇이 우선인지 되새겨, 반드시 피해 갈 것이다